일반과목 영어 수업과 영어대체시험이 걱정되는 이유 :: 2008/01/24 02:06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22일 영어과목 이외의 일반과목도 영어로 수업하고 수능 영어과목을 대체할 공인 영어평가시험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참고기사>

일반과목도 영어수업, 교육현장 논란
상시영어시험, 사교육 조장 우려
영어능력시험 도입한다는데...
한국형 토익, 영어 일반교육에 교육계 술렁

먼저 제 블로그에 처음 오신 분들이나 저를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제 소개부터 하겠습니다.
전 올해 28살의 대학교 4학년생으로, 1달 정도 배낭 유럽 여행을 다녀온 것 외에는 외국을 나가본 적이 없습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는 그래도 영어 과목을 가장 좋아했고, 학교 성적이나 대입 시에도 영어는 항상 상위권이었습니다.
학교에서 가르친대로 단어 외우고, 문법 공부했고, EBS 듣기 들으면서 공부했습니다.

수능 외국어는 만점을 받았지만 첫 토익 점수는 처참했습니다. (반타작 정도.)
고민하다 학원을 다녔고, 1년 정도 끙끙댄 후 그래도 괜찮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요즘엔 취업시 회화도 중요하다고 해서 speaking test 학원을 다니고 있습니다.
그런데 내가 하고 싶은 얘기들을 다 할 수 없어 답답하기만 합니다.
대입 시험도, 토익도 고득점을 받았지만 막상 실생활에 쓰이는 회화에선 너무나도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요?
저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동안 저와 같은 처지의 학생들을 너무나 많이 보아왔습니다.
결국 선택은 수천만원을 들여 외국으로 어학연수를 가더군요.

또, 대학에서도 영어를 부러울 정도로 잘 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유학파였습니다.
다른 성적은 거의 비슷한데 영어 하나 잘 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메리트가 있는 것 같아 서러웠습니다.
정말 죄송한 일이지만 가끔 왜 저희 부모님은 제가 어렸을 때 유학을 안 보내주셨는지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요즘 들어서 English Divide 문제를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습니다.

결국 문제의 원인은 공교육에서 영어를 확실하게 해결해주지 못했던 것입니다.
물론 모든 사람이 영어를 잘 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만 그래도 하려는 의지가 있는 학생에게는 최소한 어느 정도의 영어 실력을 공교육이 보장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때문에 전 이번 인수위의 영어 몰입 교육 도입 배경에 대해 어느 정도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을 보니 걱정되는 것들이 있어 포스팅합니다.
먼저 영어 몰입 교육에 대해 이야기하겠습니다.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 상황에서 영어에 대한 지속, 반복적인 노출이 없으면 비약적인 실력 향상은 어렵습니다.
영어 과목이 100% 영어로 진행되더라도 부족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다른 과목들을 영어로 수업하여 영어에 대한 노출 시간을 늘리는 것은 나쁘지 않은 발상입니다.
하지만 도입을 서두르기 전에 현실적인 문제부터 고려해야 합니다.

국어나 국사까지 영어로 수업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고, 전 과목이 아니라 수학과 과학 과목부터 영어로 가르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미 많은 기사에서 지적하였듯이 과목에 대한 이해도가 급격하게 떨어질 것입니다.
우리말로 수업해도 성취도가 가장 떨어지는 과목이 수학인데 그것을 영어로 수업한다면...생각만 해도 두렵습니다.
대학에서도 요즘 영어 전용 수업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데 학생들마다 영어 수준이 다 다르니 오히려 진도로 보나 수업의 질로 보나 한글 전용 수업보다 못한 경우도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그 과목을 가르칠 교사의 수급입니다.
수학, 과학 과목 선생님이 꼭 영어를 잘 해야 할 필요는 없는 것이고, 그렇다고 영어 선생님이 수학, 과학 과목을 가르치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이야기입니다.

국어를 사용하는 시간이 줄어듦으로써 상대적인 국어 실력의 하락은 논외로 하겠습니다.

영어 인증 시험은 어떻게 될지 결과가 뻔한 이야기입니다.
문제 은행식의 시험이라구요?
토익, 토플이 문제 은행식이기 때문에 지금 수많은 학원들이 성업 중에 있습니다.
일정한 데이터베이스에서 반복 출제되는 문제 은행식의 시험은 기출 문제를 많이 확보하고 풀어보는 것이 유리하고, 이를 학원이 아닌 개인이 하기에는 힘듭니다.

결국 두 정책 모두 현 상황에서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일 뿐입니다.
어차피 한국에서 학원에 돈을 쏟아부을 바엔 견문도 넓힐 겸, 조기 유학 또는 조기 어학연수를 보내는 것이 현명한 것 같기도 하네요.
공교육이 영어를 해결해주겠다는 취지에는 전혀 부합할 수 없는 정책입니다.

현재와 같은 영어 교육의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먼저 뛰어난 영어 실력을 갖춘 교사들의 확보가 우선이며, 그 이전에 영어 과목의 커리큘럼 전반이 바뀌어야 합니다.
더 이상 문법 위주, 쓸데없는 동의어/반의어/숙어 외우기 위주의 평가가 지양되어야 하며 좀더 많이 말하고 써 볼 여유가 있는 의사소통 중심으로 커리큘럼의 보완이 시급합니다.
요즘 임용되는 영어 교사들의 수준은 상당하지만, 그 이전 세대의 선생님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지요.
연수와 팀제의 수업 연구 조직 등을 활용하여 간극을 메워야 할 것입니다.

아니면 영어 마을을 좀더 많이 만들어 말하기, 쓰기 등의 수업은 그곳에 위탁을 하고 평가에 대한 인증을 받는 방안은 어땠을까요?
그 비용이 이렇게 영어 몰입 교육과 영어 대체 시험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보다 더 들을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스웨덴, 덴마크같은 방법은 어떤가요?
아래 링크된 기사를 보세요.

외국에선 어떻게 영어 가르치나

흔히 교육은 백년지대계라고 합니다.
다른 정책보다도 교육 정책은 좀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하여야 한다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인수위는 부디 더 나은 해결 방안을 찾아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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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갑갑합니다. 영어 수업? 좋지요. 영어"만" 생각한다면요.
    하지만 한글도 못알아듣는 애들한테 영어로 수학, 국사를?? 말이 됩니까.....

    • BlogIcon 달콤테리 | 2008/01/26 12:57 | PERMALINK | EDIT/DEL

      설마 국어, 국사를 영어로 가르치겠어요.
      하지만 다른 것 다 못해도 영어만 잘하면 대접받는 한국 사회를 바로 잡으려면 뭔가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한 방편으로 인수위는 영어 몰입 교육을 제안한 것이고, 전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방법에는 반대하고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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