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의 기술 :: 2007/11/16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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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서 많은 순간들에 의사 결정을 해야만 한다.
점심 식사 후 커피를 마실까, 녹차를 마실까하는 사소한 일이야 어떤 선택을 해도 크게 관계가 없지만 계약, 협상 등과 같이 자신과 회사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결정이라면 어떤 기준에 따라 움직여야 할까?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본다 할지라도 다 비슷비슷한 정보 수준을 가지고 있는 상황에서 크게 달라질 것 같지도 않고, 돌아오는 답변이 다 타당하고 합리적인 근거들 들어 온다면 누구의 말을 따라야 할까?

동물적 직감? 여기저기서 얻어 들은 간접 경험?
다 말은 쉽지만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것들이다.

이렇게 복잡한 관계와 상호 작용 속에 숨어있는 '게임'의 이치와 원리를 알려주는 학문이 게임이론이다.
(요즘 유행하는 온라인 게임 잘하는 법이 아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게임이론은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에서 어떤 선택과 판단이 가장 합리적인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 과학적이고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러셀 크로우 주연의 영화 'Beautiful Mind'에서 천재 수학자 존 내시가 노벨 경제학상을 받게 되는 학문이 바로 이것이다.

여기까지 듣기만 하면 구미가 당기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사실 게임이론은 대다수의 경제학자와 수학자들도 고개를 내저을만큼 굉장히 어려운 학문이다.
전공서적을 펴면 어려운 수학 공식들이 난무하는 바람에 나도 예전부터 관심은 있었으나 수학엔 젬병인지라 그림의 떡처럼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이 책은 게임이론에 대한 개론서 정도로 봐달라는 저자의 말처럼 수학 공식 하나 없이 재미있는 사례와 해설로 '게임이론이란 이런 것이다'라고 소개하는 책이다.
게임이론의 관점에서 보면 참이슬과 처음처럼의 소주 전쟁의 결과도 담배 회사들이 TV 광고를 하지 않는 이유도 보인다고 한다.

그 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명동 보석상 강도 상해 사건의 용의자로 덕근과 길용이 검거되었다.
둘은 원래부터 잘 알던 사이는 아니었다.
며칠 전 출소한 감옥에서 우연히 알게 된 사이인데 이번 한 건만 성공하면 각자 헤어져 조그만 가게나 하나 차리고 새 삶을 살자고 했다.
덕근과 길용 모두 범행을 자백할 경우 이들은 각각 3년씩의 징역을 살게 된다.
둘다 범행 사실을 끝까지 숨길 경우 증거 불충분으로 각각 1년씩의 징역형을 선고받는다.
둘 중 하나는 범행을 부인하는데 다른 사람이 범행을 자백할 경우, 범행을 부인한 범죄자는 괘씸죄가 추가되어 5년을 감옥에서 썩게 되지만 범행을 자백한 범죄자는 정상이 참작되어 기소유예로 풀려난다.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라 불리는 이 게임에서 당신이 덕근이라면 어떤 전략을 선택할 것인가?
범행 사실을 끝까지 부인할 것인가 아니면 순순히 자백할 것인가?

취조실로 가는 동안 덕근의 머리는 온갖 생각으로 복잡하다.
'왜 순간의 유혹을 참지 못하고 강도짓을 했을까.'
'주인에게 들켰을 때 그냥 도망쳤으면 사람을 다치게 하지는 않았을텐데.'
'청계천이 아니라 남대문시장 쪽으로 튀었더라면 잡히지 않았을텐데.'
취조실에서 수사관 앞에 앉는 순간 덕근은 정신이 번쩍 든다.
'그건 그렇다 치고 지금 이 난관을 어떻게 벗어나나?'

덕근은 옆방에서 조사받고 있는 길용을 떠올린다.
'길용이가 의리를 지킬까? 아니야. 걔 관상 보니까 별로 의리 지키게 생기지 않았던데. 그래도 이 바닥 생활 몇 년인데 순순히 자백할라고?'
덕근의 머리는 다시 복잡해진다.
아무리 생각해도 길용이 범행을 순순히 자백할지 아니면 범행 사실을 끝까지 부인하고 의리를 지킬지 모르겠다.
냉정을 되찾은 덕근은 머리를 굴린다.
'만약 길용이가 범행을 자백하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나도 자백하면 나는 3년형을 살텐데 부인하면 나만 괘씸죄에 걸려 5년을 감옥에서 썩게 되겠지.
하지만 길용이가 범행 사실을 끝까지 숨기고 의리를 지킬 수도 없는데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면 둘 다 1년형을 살게 되는데 나만 자백하면 정상참작으로 풀려나게 되잖아.'
결론났다.
덕근은 길용이 자백을 할지 모르겠으나 어느 경우건 상관없이 범행을 자백하는 편이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판단한다.

그런 생각은 덕근만 한 게 아니다.
길용도 옆방에 앉아 똑같은 논리로 똑같은 결론 즉 자백이 최선이라는 결론을 이끌어낸다.
덕근이 여차여차해서 순순히 자백하리라는 사실을 길용도 추론해낼 수 있다.
그러니 길용 역시 순순히 자백하는 전략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덕근, 길용 모두 자백하고 둘은 교도소에서 3년씩 지내게 된다.

물론 덕근과 길용 모두가 형을 더 가볍게 사는 길이 있다.
둘 다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고 증거 불충분으로 각각 1년씩만 징역을 사는 길이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덕근과 길용이 검거되기 직전 손가락을 걸고 맹세했다고 하자.
덕근이 결연하게 내뱉는다.
"길용아, 우리 경찰에 잡히더라도 절대 범행 사실을 인정하지 말자.
어차피 확실한 증거가 없으니 우리 둘 다 입 다물면 1년 정도만 살면 될 거야."
"내 염려 붙들어 매고 너나 잘 버텨."
길용이 얼른 맞장구친다.

이 약속이 지켜질까?
아니다.
덕근은 취조실에 들어가면서 마음 속으로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래, 길용아. 너는 끝까지 버텨라.
나는 순순히 자백할테니.
그럼 너는 5년을 감옥에서 썩겠지만 나는 기소유예로 풀려나거든.
배신해서 미안...'
미안할 것 없다.
길용도 똑같은 논리로 똑같은 결론에 도달할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입 다물자고 굳은 약속을 했지만 덕근과 길용은 범행 사실을 모두 털어놓고 각각 3년씩 살게 된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은 사람들이 각자의 이익을 추구함으로써 얻어지는 상태가 공동체 전체(여기서는 길용과 덕근으로 이루어진 공동체)로는 바람직하지 못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잘 표현하고 있다.
죄수의 딜레마 게임이 주는 두 번째 교훈은 사전에 약속을 한다는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덕근과 길용이 끝까지 범행을 부인하자고 사전에 굳은 약속을 하거나 하지 않거나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중요한 건 약속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라 그 약속을 지켜서 내게 돌아오는 이익이 있느냐 없느냐다.


경영. 경제에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는 추천.
게임 이론을 교양 수준에서 알고 싶은 사람도 추천.

게임이론의 개념만이라도 알고 있다면 전략적 사고 형성에 큰 도움이 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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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쉬움이 많은 "게임의 기술"

    Tracked from 오선지위의 딱정벌레 | 2007/11/26 00:07 | DEL

    게임이론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다. 우연히 읽게 된 아니 제목에 현혹(?)되어 읽게 된 <게임의 기술(The ART of GAME)>은 게임이론에 관하여 논하고 있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너무 많다. '게임이론에 대한 교양'을 논한다면 이해는 간다. 하지만 '독자들의 전략적 사고와 냉철한 판단 응력을 키워주는 데 도움'을 바란다면 저자의 너무 앞서가는 생각이다. 책을 읽고 나중에 안 일이지만 내가 가진 생각이 왜 그런지 잘 설명 해준 포스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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