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색,계의 마케팅 이야기 :: 2007/12/18 00:28

어느새 색,계가 200만 관객을 돌파했다더라.
이 영화의 어떤 매력이 많은 관객을 끌어당긴 것일까?

스포일러는 가급적 배제하려 노력하겠지만 아무래도 조금은 영화의 내용을 이야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직 영화를 못보신 분들은 영화를 보고 글을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저도 12월 16일에 영화를 보았고, 만족한 부분도 아쉬운 부분도 있었습니다.
내용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마케팅 전략에 대한 이야기 위주로 포스트를 전개할 예정이니 이 점 사전에 인지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자료를 찾다보니 올댓시네마의 김태주 팀장님이 쓴 글이 있었다.
일단 이 글을 먼저 보면 이해하기 좀더 수월할 것이다.

출처는 본문에도 나와있듯이 인터뷰365이다.

비밀보고서 - <색,계> 어떻게 흥행에 성공했나?

<색,계> 마케팅 일지를 공개한다. / 올댓시네마 김태주
작성일:2007-12-14
 

사용자 삽입 이미지

올 겨울, 유례없는 영화계의 불황속에서 뜻밖의 흥행을 기록하고 있는 영화. 바로 <색,계>다. 지난 11월8일 개봉한 이후 5주가 지났지만 관객의 숫자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스크린 수를 확장해 가며 <색,계>는 200만 관객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런 <색,계>의 ‘이상 흥행’은 영화인들이나 극장 관계자들 중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것이었다. 도리어 국제영화제 수상작품은 절대로 국내에선 흥행할 수 없다는 것이 이전까지의 고정관념이었다. 그렇다면 2007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게다가 상영시간 조차 3시간에 가까운 <색,계>는 어떻게 해서 흥행에 성공한 것일까? 인터뷰365의 궁금증에 <색,계>의 홍보, 마케팅을 담당한 올댓시네마의 김태주 팀장이 흥행의 비밀(?)이 담긴 문서인 <색,계>마케팅 일지를 공개했다.


<색, 계> 마케팅 일지

처음 <색, 계>라는 작품을 만나게 되었을 때, 만만한 작품이 아니었다. 어떤 작품이든 만만한 것은 없지만 특히 <색, 계>는 태생이 태생인지라 더욱 어렵게만 보이는 작품이었다. 제목부터 <LUST, COUTION><色, 戒><욕망, 신중> 각각 영어, 한자, 한글 각 후보 중에 골라야 했지만 선뜻 손이 가는 것은 없었다. 각각의 일장일단이 선택을 더욱 주저하게 했다. 사실 <색, 계>라는 제목이 결코 쉬운 제목이 아니다. 무슨 뜻인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뿐더러 잘 쓰이지 않는 말이었다. 여러 의견이 오가던 중 ‘욕망, 그 위험한 色, 신중, 그 잔인한 戒’라는 제목을 설명하는 태그라인을 먼저 정한 다음 <색, 계>라는 제목으로 관객들을 만나기로 했다.


<색, 계> 정확하게 보기

2007년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 세계적으로 인정 받는 이안 감독 연출, 국내에서도 사랑 받는 배우 양조위 주연. 분명 <색, 계>는 장점을 가지고 있는 작품임에 분명했다. 영화를 작품으로서 사랑하는 관객들에게는 그렇다. 하지만 대중성의 측면에서 보면 다소 애매한 점이 많았다. 영화제 수상작이라는 작품성은 예술영화, 곧 어려운 영화이자 따분한 영화로 비쳐질 우려가 다분했다. 또한 <브로크백 마운틴>은 국내 개봉에서 개봉하였을 때 호응도 많았지만 난해함으로 인해 마냥 장점으로만 활용할 수도 없었다. 미국, 중국, 대만 합작영화이지만 1940년대 중국이 배경, 적을 사랑한 스파이라는 뻔해 보이는 스토리, 게다가 3시간 가까운 상영 시간 등 관객들이 선뜻 선택하기가 쉬운 영화가 아니었다.


<색, 계>가 흥행돌풍을 일으키는데 일등 공신이 된 ‘NC-17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 ‘중국 30분 삭제 개봉’ 등으로 대변된 파격적이고 선정적인 정사 장면 역시 장점인 동시에 관객층을 한정시킬 수도 있는 요소였다.


단점을 강점으로!

어떤 영화든 많은 고민을 갖고 시작하듯이 <색, 계> 역시 시작은 힘겨웠다. 일단 심의 통과 여부를 마케팅의 시작 시점으로 맞췄다. 심의가 통과되든 통과되지 않든 일단 이슈를 만들기로 했다. 놀랍게도 단번에 심의 통과! (이 부분은 심의위원들께도 감사 드리는 부분이다) 좋은 영화를 온전한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해주었다는 점, 또한 <색, 계>가 단번에 주목 받게 만들어 주었다는 점. 어찌 됐건 ‘무삭제 개봉’은 커다란 셀링 포인트가 되었다.


“얼마나 야하길래?”

일단은 야한 느낌을 주는 것이 최우선이라 판단했다. 하지만 영화가 가진 의미가 너무나 많고 또한 사람들마다 받아들이는 의미 역시 다양해서 포스터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았다. 카피를 쓰고 비주얼을 바꾸고 여러 번의 시행 착오와 논의를 거듭한 끝에 독특하면서도 야한 느낌의 포스터가 만들어졌다. 그리고 예고편, 전단과 포스터 등 모든 선전 광고물에 ‘무삭제 개봉 / 숨 막히는 20분’을 노출하도록 했다. 하지만 야하기만 하다고 주장하기는 곤란했다. 많은 회의 끝에 나온 결론은 관객들에게 야한 영화를 극장에서 당당하게 볼 수 있는 면죄부를 부여해야 한다는 것. 영화제 수상, 감독, 배우 등의 무기가 있었고 이에 <색, 계>는 야하지만 작품성 있는 에로틱 멜로로 규정하기로 했다.

그러기 위해선 일단 파격적인 정사 장면을 이슈화 시켜야 했다. 그래서 먼저 외국에서의 등급과 국내 심의 결과를 위주로 ‘무삭제 개봉’을 강조, “얼마나 야하길래?”라는 궁금증을 유발시켰다.


“대단히 야하지만 대단히 작품성 있다!”

이목을 이끄는 것에는 성공했지만 얼마나 야한지, 얼마나 작품성이 있는지 그래서 정사 장면이 왜 대단한지 설명만으로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우선 보통 영화들보다 서둘러 언론에 공개하기로 했다. 결과는 대성공! 시사 당일부터 언론과 평단에서 작품에 대해 대단히 시끄럽게 이야기해댔다. ‘실연 논란’, ‘배우의 고환 노출’, ‘파격 노출’이라는 언론 보도 때문에 일부에서는 야한 영화로만 포장했다고 하지만 정사 장면은 하나의 과정에 불과했다. 정사 장면으로 화제를 일으킨 다음 우리의 과제는 ‘단순히 야한 영화가 아닌 품격 있는 영화’, ‘해외 기록과 연기력, 작품성에 대한 호평을 베이스로 선정적인 소재에 대한 반감 불식’이었다.

“반드시 봐야 하는 올해 가장 뜨거운 화제작!”

감독과 배우의 내한 또한 화제작으로 만드는데 주요하게 작용했다. 개인적으로는 이안 감독이라는 세계적인 거장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다. 실력뿐만 아니라 인간적인 면모 역시 거장인 이안 감독, 여배우로서는 파격적이면서도 놀라운 연기를 한 탕웨이의 겸손하면서도 적극적인 인터뷰 태도는 기자들에게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언론에게 자발적으로, 또한 지속적으로 <색, 계>에 대해 관심을 갖도록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덕분인지 얼굴 한 번 본 적 없었던 탕웨이는 국내에서 중국 여배우로 누구보다도 유명한 스타가 되었다.


물론 우리들의 입장에서도 지속적인 이슈와 화제를 만들기 위해 개봉 후에도 장기화 전략을 세우고 해외 소식에 항상 귀를 기울였다. 먼저 움직이지는 않지만 한 번 움직이면 단체로 움직이는 아줌마 관객의 성향을 파악해 주부 관객 대상의 시사를 일찌감치 시작했다는 점, 화제가 되는 것을 지속적으로 끌고 갔다는 점 등은 자화자찬 같지만 그래도 자신할 수 있는 부분들이다. 특히 영화에 대해 과하지도 그렇다고 모자라지도 않게 올바르게 판단했다는 것이 <색, 계>가 특별한 영화가 되도록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색, 계>가 좋은 영화, 자신해도 좋은 영화라는 전제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지만 말이다.


영화마케팅이라는 일을 하는 입장에서 <색, 계>라는 영화를 했다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다. 또한 좋은 작품을 함께 했다는 상당히 뜻 깊고 고마운 일이다. 언제 새로운 영화를 만나든 <색, 계>는 분명, 오랜 시간 특별한 의미를 주는 작품이 될 것이다. 물론 관객들에게도 그런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 / 김태주<올댓시네마 팀장>


기사 뒷 이야기와 제보 - 인터뷰365 편집실 (http://blog.naver.com/interview365)


하지만 난 이 마케팅 전략을 조금 지적하고 싶다.

먼저 지나치게 '무삭제 정사신'에만 집중을 해서 홍보했다.
야한 영화로만 포장을 했기 때문에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는 있었겠지만 초반에 진정 대중의 마음에 들어가지는 못했다는 것이 첫 번째 실수다.
'무삭제 정사신'이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지만 그 호기심은 내부의 목소리일뿐 아직 우리나라 정서상으로는 그것만 가지고 영화관을 찾지는 못한다.
마치 "저급한 야동을 보러 가는 수준 낮은 관객"이 되는 것 같아 관객 스스로 (이 영화의 표현을 빌리자면) '계(戒)'를 치는 것이다.

그러나 윗 글에서도 말하듯 '무삭제 개봉'이라는 마케팅 포인트를 포기하기는 너무 아깝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했을까?

질문 하나만 던져보자.
수많은 영화 중에서 왜 '색,계'만 무삭제 심의 통과를 할 수 있었을까?
그것은 베니스 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탈 정도로 뛰어난 작품성 때문이다.

이렇게 뛰어난 작품을 심의 통과시켜 무삭제 개봉하게 해준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우리의 문화 의식이 높아졌다는 증거이며, 이런 작품을 보는 것 또한 훌륭한 문화인이라는 반증이다.
조금 나이 든 관객들은 사전 검열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이런 무삭제 개봉의 이유까지 좀더 전략적으로 노출시켰더라면 더 많은 관객들이 '계'를 풀지 않았을까?

두 번째 실수는 위의 <색,계의 단계별 전략>에서 세 번째에 있는 "올해 가장 뜨거운 화제작'이라는 문구이다.
이 문구보다는 "올 한 해 가장 뜨거운 걸작'이라는 표현이 더 걸맞아 보인다.
'화제작'과 '걸작'의 차이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을 것이다.

문구는 단순한 단어 선택의 실수일수도 있겠지만 내 말은 좀더 내용과 작품성을 알리는데 미흡했다는 것이다.
윗 글을 보면 예술 영화로 비칠까 불안하다고 했다.
같은 감독의 작품이긴 하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은 동성애라는 아직 한국에서 용인되기 어려운 코드의 영화였고, 반면 '색,계'는 다른 예술 영화들과는 달리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하거나, 감독의 사상이 주입되어 있거나 하지 않다.
종류는 다르겠지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보편적인 남녀간의 사랑이 주제이고, 탕웨이가 스파이가 되어 전개되는 영화의 서사 구조도 다소 긴장감이 있었다.
이 말은 다른 영화들에 비해 훨씬 대중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거장 이안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이 점을 좀더 강조했으면 좋았을법했다.

하지만 이런 사소한 실수에도 불구하고 아줌마 관객들을 대상으로 시사회를 연 것이나 무엇보다 영화에 대해 정확하게 파악하고 마케팅 전략을 짠 것을 보면 결과가 말해주듯 전반적으로는 훌륭하고 잘 짜여진 전략이었다.
역시 영화 마케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화 자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 같다.
물론 그 전에 영화가 좋아야 하는 것은 두 말할 것도 없다.


p.s. 이건 글과 관계없지만 혹시라도 내용이 난해하게 느껴졌다면 cesar_라는 분이 네이버에 쓴 리뷰를 읽어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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