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Main

[경제/경영] 스티브 잡스 -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2011년 10월 5일.

췌장암 때문에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최근 건강이 좋지 않다는 뉴스가 돌았지만 잡스의 사망 소식은 내게 적잖은 충격을 주었다.

그리고 2011년 10월 24일에 민음사에서 출간된 이 양장본을 주문하고 바쁜 회사 생활을 핑계로 고이 모셔만 두었다가 리더스 북클럽 덕분에 완독 할 수 있었다.

그동안 아침마다 모닝커피와 함께 정말 오랫동안 읽었다. 이 책만큼은 속독하기가 싫었다.

 

막연히 상품 기획자를 꿈꿨던 학부 시절, 스티브 잡스는 단연 내 롤모델이었다.

취업 원서에 존경하는 사람의 인물을 스티브 잡스라고 썼다가 왜 경쟁사의 CEO를 존경하냐는 압박 질문을 듣기도 했을 만큼 나는 그에게 매료되어 있었다.

책을 읽다 보니 그의 괴팍한 성격과 주위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를 보니 반감이 들긴 하지만 (나는 스티브 잡스보단 스티브 워즈니악의 성격과 더 비슷하다), 스티브 잡스의 어마어마한 제품에 대한 열정과 예술의 경지로 이끄는 디테일에 대한 집착은 역시 애플의 팬덤을 이룩한 비결이었다.

 

굉장히 긴 이 자서전에서 내가 하나의 메시지만 고른다면 단연 이것이다.

 

The first story is about connecting the dots.

 

유명한 2005년 스탠포드 졸업식 연설에서 스티브 잡스는 이 말로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스티브 잡스는 입양되었다.

그의 부모는 잡스를 매우 사랑했고, 잡스의 주장대로 비싼 학비를 부담하면서까지 Reed대학에 보낼 정도로 헌신적이었지만 입양 문제에 대해서는 개방적이었다.

어릴 때부터 자신이 입양되었다는 사실을 알았던 스티브 잡스에겐 이 “버림받음”의 정서가 그의 과도할 정도의 통제 집착과 현실 왜곡장이란 괴팍함을 낳았다는 말에 공감했다.

 

자퇴 후 캘리그라피 수업을 들은 것이 맥의 서체에 집착한 계기가 된 것은 그가 연설에서도 밝혔을 만큼 유명한 일화이지만 유명하지 않은 일화들을 엿보는 것도 이 책의 재미 중 하나이다.

한 예로 애플에서 쫓겨난 뒤,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유럽으로 향한 스티브 잡스는 피렌체에서 도시의 건축물과 건축 재료들이 주는 느낌에 푹 빠졌다.

특히 도로포장용 돌을 마음에 들어했는데 20년 후, 그는 주요 애플 매장의 바닥을 이 돌로 깔기로 결심한다.

 

자기가 만들었던 애플에선 비록 쫓겨났고 컴퓨터 사업에서는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는 스티브 잡스의 인생엔 전환점이 된다.

기술과 예술의 결합에서 새로운 비전을 본 그는 루카스필름 내 컴퓨터 부문을 1000만 달러를 투자해서 지분을 인수하고, 이후 픽사는 디즈니와 협업을 통해 <토이 스토리>라는 명작을 만들게 된다.

창작자들과 대화하며 영감을 얻은 잡스는 이후 그의 프레젠테이션에 스토리텔링 기법을 도입한다.

그리고 다시 애플에 복귀하여 마치 슈퍼 히어로 무비처럼 지금의 애플을 만들어 나간다.

 

앞날을 미리 내다보며 점들을 이을 수는 없다.
과거를 돌이켜 보는 와중에 그것들을 연결할 수 있을 뿐.
그래서 그 점들이 미래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될 거라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

Again,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So you have to trust that the dots will somehow connect in your future.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졸업연설 중)

 

나는 내 인생에서 어떤 점들을 찍고 있는가, 

그리고 이 점들은 내 인생, 그리고 우리 가족들, 내 주위 사람들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며 읽었다.

 

미디어를 통해 쌓인 내 파편화된 지식들도 이 책을 통해 연결이 되었다.

이 책이 한 경영자의 단순한 성공 사례가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정리한 자서전이다 보니 굳이 시사점을 찾고 싶진 않았다.

그렇게 두꺼운 책이지만 표면적으로 정리된 시사점도 없다.

하지만 그의 사업에 대한 비전과 제품에 대한 강렬한 열정은 책 전반에 걸쳐 느껴진다.

애플을 사랑하든 사랑하지 않든, 스티브 잡스라는 개인에 대한 감정이 어떻든 그의 비전과 열정까지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지금의 애플을 만든 원동력이라는 것도.

 

 

#COOKIE 1

스티브 잡스의 수많은 프레젠테이션 중에서도 나는 이 스탠포드 졸업식 축사가 가장 마음에 든다.

자신의 삶 전반을 관조하는 메시지라 깊은 울림을 준다.

 

https://www.youtube.com/watch?v=1utzfa-a5AY&t=668s

 

#COOKIE 2

 

읽다 보면 매킨토시 이야기에서 지금의 애플과 오버랩되는 부분이 꽤 있다.

가령 램 용량은 부족하다든가, OS 라이센싱을 주지 않고 자사 플랫폼에만 고수하다가 전체 시장 점유율을 빼앗긴 이야기 등

 

#COOKIE 3

 

월터 아이작슨은 정말 훌륭한 자서전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긴 이야기를 전혀 지루함 없이 잘 엮어 놓았고, 덕분에 이 책에 나오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졌다.

일부는 이전에 읽은 책들도 있지만 기왕 스티브 잡스와 애플을 파헤치기로 한 이상 다시 한번 집중해서 읽어봐야겠다.

 

  • 애플의 아이코닉함을 만든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
  • 스티브 잡스 이후 애플을 진두지휘하는 <팀 쿡>
  • 아타리 창업자인 놀란 부쉬넬의 <나는 스티브 잡스를 이렇게 뽑았다>
  • 존 스컬리와 스티브 잡스가 담판을 지을 때 동행한 HR 부장인 제이 엘리엇의 <왜 따르는가>
  • 스티브 잡스의 “설탕물이나 팔면서 남은 인생을 낭비하고 싶습니까?”란 설득에 펩시에서 넘어와 스티브 잡스를 애플에서 몰아낸 존 스컬리의 <마케팅 황제 존 스컬리 스티브 잡스를 만나다>
  • 스티브 잡스가 NeXT에서도 구애했던 디자이너 하르트무트 에슬링거의 <프로그>
  • 픽사의 애드 캣멀의 <창의성을 지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