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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학] 열두 발자국 - 인간의 합리성과 창의성에 대해서

 

훌륭한 의사결정 방법을 탐구하기 위해 뇌과학을 살펴보는, 리더스 독서모임 '생각에 관한 생각' 네 권 중 첫 책.

<알쓸신잡>의 인기에 힘입어 2018년 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이자 국내 과학 저자 중 단연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정재승 교수님의 근간.

<열두 발자국>이다.

 

https://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150722838&start=slayer

 

열두 발자국

<과학콘서트> <알쓸신잡>의 정재승 교수가 지난 10년 간 저자의 강연 중 가장 많은 호응을 받았던 12개의 강연을 선별하여 다시 집필하고 묶은 것이다. 더 나은 선택,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www.aladin.co.kr

 


 

2004년 7월, 캘리포니아 실리콘밸리의 101번 고속도로에 위 사진과 같은 흥미로운 광고판 몇 개가 세워졌다.

출퇴근길에 수많은 운전자들이 광고판을 봤겠지만, 대부분은 무시하거나 혹은 인터넷에서 검색해보고 답이 나오지 않자 포기하고 일상으로 되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답이 뭔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C++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사용해서 답을 찾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저 주소를 인터넷 창에 입력해보면...

'Congratulation!'이란 축하 메시지와 함께 비슷한 방식의 두 번째 문제가 나온다.

두 번째 문제까지 풀고 나면 또 축하 메시지와 함께 구글의 채용 사이트로 연결이 된다.

자신의 이력서를 제출하면 가벼운 인터뷰만으로 구글에 취직이 되는 것이다.

이것은 구글이 2004~2005년에 걸쳐 15,000명의 직원을 뽑았을 때 사용한 창의적인 채용 절차로 많이 회자되는 방법이다.

 

창의적인 사람들을 유형화할 수는 없겠지만, 흔히 그들은 공간에 무심히 배치된 도전적인 질문에 강한 호기심을 느낀다고 합니다. 그들은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며, 흥미를 끄는 무언가를 발견하면 강한 호기심에 사로잡힙니다. 그것이 어렵고 도전적인 질문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열두 발자국 中, 정재승, 어크로스)

 

모든 사람이 위와 같이 호기심만으로 내 시간을 투자하지는 않는다.

인간은 뇌에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뇌를 최소한의 에너지만 사용하는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호기심, 도전정신 같은 자발적 동기만으로 끝까지 몰두해 해답을 얻거나 무언가를 이루어내는 건 세상을 바꾼 사람들이 보이는 가장 강력한 특징이다.

 

여기서 새로운 호기심이 생겼다.

개인마다 조금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이라는 종의 유전적 특질을 벗어나 뇌를 다르게 쓰는 사람들은 어떤 이유일까?

 

이 책은 정재승 교수님의 열두 번의 강연을 통해 뇌과학과 합리성, 창의성 등에 대해 탐구한다.

전체 내용을 소개하긴 그렇고, 개인적으로 인상 깊은 부분에 대해 적어보면 아래와 같다.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

 

우선 적절한 선택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걸 적절한 시기에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사회적 성취를 이룬 사람들의 공통된 특징은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매우 성실히 모은다는 겁니다. 가만히 있으면 알게 되는 정보를 수동적으로 쌓아놓는 게 아니라, 꼭 필요한 정보들을 적극적으로 모은다는 거예요. 그래야 가장 적절한 시기에 의사결정을 할 수 있거든요. 그리고 내 의사결정이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면, 혹은 새로운 정보가 추가로 들어오거나 상황이 바뀌게 되면 의사결정을 조정한다는 겁니다. 때로는 바꾸고, 심지어 번복합니다. 이게 성공한 사람들의 의사결정법이라는 거예요.

(열두 발자국 中, 정재승, 어크로스)

 

몇 년 전, 이전 회사에서 신제품을 출시해 Go-to-market 전략(시장 진출 전략)을 수립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시장이 변화하고 있음을 경쟁사보다 미리 감지했고 국내에서 판매할 영업 조직과도 오랜 기간 긴밀하게 협의했다.

제품력도 해외에서 검증을 받았고 정말 자신있었다.

그동안 수집한 자료들을 바탕으로 후딱 문서 작업을 마쳤고, 내 위의 임원은 더 높은 분에게 보고해야겠으니 자료 보완을 지시했다.

그때부터 비극은 시작됐다.

내용은 바뀐 것이 없으나 포맷을 바꾸고, 사소한 추가 자료들을 넣고, 보고 일정은 또 윗 분의 일정에 따라 밀리고 밀려 결국 3개월 후에 보고가 진행되었고, 남은 것은 "수고했다. 열심히 해봐라."는 한 마디뿐이었다.

그 사이 마케팅 비용 확정도 못 해줘서 제대로 된 광고는 시작도 못하고, 영업 조직을 돌아다니면서 제품 교육을 시작하자 안 보이던 문제가 보였다.

3개월 정도면 해결 가능한 문제였으나 경쟁사는 이 점을 집요하게 파고 들어왔다.

우린 이미 잃어버린 3개월을 되돌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지난 수십 년간 군대식 상명하복 문화에 길들여진 한국 사회는 '하면 된다'의 신화에 빠져 있었다.

무려 그런 방식으로 성공한 기업인이 대통령이 되는 시대도 겪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음을 우리는 목도하고 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과 수많은 정보들은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방해하고 있다.

이 시대에서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방법은 아이러니하게도 잦은 의사결정이다.

조변석개, 아침에 바꾸고 저녁에 고치는 식의 결정 번복은 나쁜 리더십의 표상이었지만 이젠 외부 상황에 기민하게 반응하는 조직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리더의 커뮤니케이션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기민함 못지않게 오픈 커뮤니케이션과 심리적 안정감 등이 요즘 주목받는 경영 트렌드다.

 

하지만 리더가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는 유형이라면, 의사결정을 바꾸더라도 리더십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내가 잘못했다. 상황이 바뀌었고, 추가로 우리가 이런 걸 알게 되었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의사결정을 바꿔야 한다."라고 조직 구성원에게 얘기했을 때, 누가 그 리더를 비난하나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미래를 위해 결정사항을 바꾸는 리더를 우리는 훨씬 더 존경합니다. 의사결정을 쉽게 바꿀 수 있는 리더란 주변 사람 혹은 부하직원과 의사소통을 많이 하는 리더라는 뜻입니다. 밀실에서 혼자 의사결정을 하는 리더는 대개 의사결정을 바꿀 수가 없어요. 그 의사결정 메시지 자체가 유일한 소통이었기 때문에, 그걸 바꾸면 문제가 커지지요. 중요한 건 의사결정을 관철하고 완수하는 것이 아니라 목표를 완수하는 것임을 훌륭한 리더들은 알고 있습니다.

(열두 발자국 中, 정재승, 어크로스)

 

이젠 작은 실험들이 필요하다.

정보가 축적됨에 따라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보면서 최적의 상황을 선택하는 것, 그리고 그런 실험들의 결과를 모아 성공할 확률을 높이는 것.

즉 '하면 된다'가 아니라 '되면 한다'는 것이 요즘엔 좀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 방법이라 할 수 있겠다.

 

 

혁신의 실마리는 엉뚱한 곳에 있다

 

창의적인 존재가 되려면 우리는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해야 할까요? 남과는 다른 생각을 갖고 있거나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보는 사람들과 자주 지적인 대화를 나누어야 합니다. 혹은 이런 강연의 공간에서 전혀 내가 몰랐던 분야의 정보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새로운 생각들을 얻어야 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그 정보를 직장에서 보여주거나 발휘하잖아요? 그러면 사람들이 "와,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세요?"라고 말할 겁니다. 예를 들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교회에서 혼자 '십자가를 밑에서 바라본' 작품을 그리면, 그 교회 분들이 다들 놀랄 겁니다. 따라서 내가 좀 더 창의적이려면, 문제를 굉장히 다양하고 이질적인 각도에서 바라보는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 지적인 대화를 하고 영감을 주고받고 지식도 섭취하고 흡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혁신의 실마리는 늘 엉뚱한 곳에 있습니다.

(열두 발자국 中, 정재승, 어크로스)

 

과학과 창의성은 어찌 보면 좀 거리가 먼 이야기일 수도 있다.

책에서 나온 얘기는 아니지만 어떤 패러다임의 모순을 다른 과학자들이 연구하고 탐구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하는 것이 과학사이니 무릇 과학자라면 다양한 시각에서 살펴보는 것에 익숙해져 있을 것이다.

 

이렇게 꼭 크리에이터의 영역에서만 창의성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회의에서, 내 업무와 일상의 영역에서, 육아에서, 요리할 때, 그리고 적당한 드립을 쳐야 할 때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순간은 도처에 있다.

요즘처럼 똑똑한 사람보다 창의적인 사람이 주목을 받는 시대에선 가장 먼저 다양성을 제한하는 제도권 교육의 탓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다음으론 회사에 비슷한 사람들을 모아놓는 취업 시장의 탓을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다양한 관점을 만나는 건 사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서점에 가면 나와 다른 관점, 또는 생각지도 못했던 관점에서 쓴 책들이 즐비하고, 검색만 조금 해봐도 근처의 독서모임을 찾을 수 있다.

회사에서는 일반 소비자들의 이용 방법을 관찰하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제품과 커뮤니케이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

어쩌면 창의적인 존재가 되려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이들의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잘 듣고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나와 다른 생각과 관점을 불편해하지 말고 즐겨야 한다. 그리고 겸손해져야 한다.

 

이제 과학자들은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뇌를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간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탐구하고 그걸 바탕으로 건축물을 설계하기 시작한 겁니다. 어떤 문제를 완전히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는 거죠. 혁신의 실마리는 간혹 이렇게 우리로부터 굉장히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 분야의 동종업계 사람들이 다 뒤져보는 그 영역 너머의 영역에서 혁신의 실마리를 찾아야만 하는 겁니다.

(열두 발자국 中, 정재승, 어크로스)

 

 


 

 

책에 대한 총평을 하자면, 강연 내용을 모은 것이라 쉽게 잘 읽히긴 한다.

그런데... 좋은 얘기들이긴 한데 이 얘기를 왜 정재승 교수님에게 들어야 하지?

다른 평들을 봐도 과학책이라기 보단 자기 계발서에 가깝다는 평이 많을 정도로, 심리학, 행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에서 이미 봤던 글들과 사례들이 대부분이다.

집 서재에 책이 2만 권이나 있을 정도로 워낙 다독가고,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 많으신 것은 알겠지만 교수님의 전작들처럼 좀 더 전공에 충실한 글이었으면 더 재밌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COOKIE 1

 

그런 의미에서 아래 영상은 재밌게 봤다.

 

https://www.youtube.com/watch?v=DwG3CF2frzU&t=1469s

 

 

#COOKIE 2

 

정재승 교수님은 책을 정독하는 책(1주일에 1권)과 속독하는 책(한 달에 40~50권)으로 나눠서 보신다고 한다.

서재를 거대한 무덤이라고 표현한 말씀에 많이 공감한다.

 

https://terms.naver.com/entry.nhn?docId=3577981&cid=59153&categoryId=59153

 

물리학자 정재승의 서재

정재승 ㅣ 교수, 물리학자 소속 한국과학기술원 수상 2009년 다보스 포럼 '차세대 글로벌 리더' 저서 <정재승+진중권 크로스>, <과학 콘서트>, <도전 무한지식> <물리학자는 영화에서 과학을 본다> 등 관련링크 통합검색 보러가기 [ 책과 나의 이야기 ] 머리 속 사고를 정리하듯 정리한 책들 사실 지금 이 공간은 서재라고 하기는 좀 누추하고요, 주중에 살고 있는 오피스텔인데 제가 가장 많은 시간들을 보내고 또 굉장히 아끼는 공간입니다. 사실 2년 전만해

terms.naver.com

 

#COOKIE 3

 

책에서 잠깐 나오지만 블록체인에 대한 낙관적인 관점이 인상적이다.

그때 유시민 현자님을 믿었어야 했다.

 

 

https://namu.wiki/w/JTBC%20%EB%89%B4%EC%8A%A4%EB%A3%B8/%EA%B8%B4%EA%B8%89%ED%86%A0%EB%A1%A0%20-%20%EA%B0%80%EC%83%81%ED%86%B5%ED%99%94%20%EC%8B%A0%EC%84%B8%EA%B3%84%EC%9D%B8%EA%B0%80%2C%20%EC%8B%A0%EA%B8%B0%EB%A3%A8%EC%9D%B8%EA%B0%80

 

JTBC 뉴스룸/긴급토론 - 가상통화 신세계인가, 신기루인가 - 나무위키

이 토론의 양상은 암호화폐 규제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아니다. 분명 양측 모두 암호화폐 규제의 필요성은 인정하고 있으며 중심논점은 "규제의 정도"이다. 즉, 대한민국에서 암호화폐를 '폐지대상'으로 보아야 하는지, '감독대상'으로 보아야 하는지에 대한 토론으로 볼 수있다. 강한 규제 측의 전반적인 주장은 가상화폐와 블록체인을 분리할 수 있으며 암호화폐는 투기적 성향이 너무 짙고 블록체인 생태계에 굳이 필요가 없는 보상체계라는 틀 안에서 토론을 진행하였다.

namu.wik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