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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 정해진 미래 - 인구변화는 상수다. 그러나?

 

경영/마케팅 심화 모임, '요즘 경영, 요즘 마케팅'의 3번째 지정 도서. <정해진 미래>

'요즘 경영, 요즘 마케팅'은 3개월 단위로 사례, 이론, 트렌드를 짚는데, 모임 시작 전 트렌드 관련 책을 어떤 것을 고를지 굉장히 고민했었다.

시중의 트렌드 서적들을 보면 내용이 너무 가볍고 범위는 또 너무 넓다.

근인을 파악하고 깊이있는 토론을 위해서는 결국 다른 여러 책들을 탐독해야 하는 문제가 있어 선정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개별 트렌드를 심층적으로 보자고 생각하고, 첫 번째 책으로 인구변화를 다루는 이 책을 선정했다.

 

 


 

 

저자 조영태 교수님은 서울대학교 인구학 교수로서, 이 책 출간 시점에 JTBC <차이나는 클라스>, 세바시 등 출연하시면서 인지도를 높인 분이다.

왜 제목이 <정해진 미래>냐면, 미래의 수많은 불확실성 중 거의 유일하게 예측 가능한 것이 인구 변화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기저귀 회사에서 미래의 수요를 예측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시장조사기관에서 보고서를 구매하는 것이다.

보고에서 있는 시장 크기는 각 브랜드별 매출 규모의 합이다.

각 연도별로 추이를 살펴보면서 연평균 성장률(CAGR)을 구하여 추정하는 방법이 있고,

두 번째는 연도별 출산율과 출생아수를 보면서 시장 크기를 예측하는 방법이 있다.

둘 다 장단점이 있으므로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옳다고는 할 수 없으나 소비자와 밀접한 산업은 인구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고 기민하게 대응해야만 한다.

 

 


 

인구 변화, 무엇이 문제인가?

 

쉽게 말해 저출산과 고령화가 이슈이다.

이는 산업 활동에 투입되는 노동력의 부족과 소비 인구 감소에 따른 국내 시장 수요 감소로 이어져,

결국 국가의 잠재적 경제 성장률이 낮아지고, 국가 경쟁력이 약해지는 것이다.

또,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 사회 활력 저하, 소득을 벌 수 있는 인구 대비 연금을 받으며 생활하는 사람들이 증가하여 사회 보장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

그래서 세대간 갈등을 야기해서 새로운 사회적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이렇게 인구 변화는 시장의 급격한 변화를 야기해서 어느 날 갑자기 큰 충격으로 다가온다.

위에서 예를 들었던 기저귀 업체라면, 수 년간 투자한 설비와 인력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

아니, 그 전에 이렇게 점차 수요가 줄어드는 인구 변화를 알았더라면 과감한 설비 투자 결정을 내릴 수 있었을까?

 

아직 우리 사회에서 적극적으로 논의되지는 않지만 서구 사회처럼 이민을 적극적으로 받아주자는 의견도 있다.

세대별로, 지역별로, 또 젠더로 분열되어 싸움이 끊이질 않는데 게다가 문화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을 받아줄 우리의 깜냥은 어느 수준일까?

 

 


 

저출산 문제의 해법은?

 

출생아 및 합계출산율 추이, 출처: 뉴시스(링크 하단 첨부)

 

https://newsis.com/view/?id=NISX20200226_0000932870

 

작년 출생아 30만명 '턱걸이'…출산율 역대 최저 0.92명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저출산·고령화를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지난해 태어난 아이의 수가 간신히 30만 명을 넘겼다

www.newsis.com

 

이 짧은 글에서 저출산 해법을 논하는 것이 아이러니인데, 책에서 재밌는 관점이 있어 소개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저출산을 복지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입장에 비판적이다.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복지보다는 차라리 투자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 나는 고용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소득이 안정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경기도와 함께 진행한 저출산 대책 프로젝트에서 이런 의견을 냈고, 경기도 지사도 '경기도의 저출산 대책은 고용과 주거로 가겠다'는 선언을 했다.

(정해진 미래 中, 조영태, 북스톤) 

 

노무현 정부시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라는 것이 생겼다고 들었다.

그 땐 당장 내게 직면한 문제가 아니라 큰 관심이 없었는데 기사들을 살펴보니 원인들은 제대로 짚은 것 같다.

하지만 대부분의 대책들이 당장의 효과를 거두기 어려워서인지 다음 정권들에서는 혜택을 늘리는 복지 개념으로 방향을 잡았던 것 같다.

저출산 해법을 복지로 잡았을 때 문제는 나중에 재원이 부족해지거나 효과가 부족하다해도 줄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다른 비용은 차치하고 교육비만 살펴보자. 신한은행 빅데이터센터에서 2019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소득 수준에 관계 없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거의 두 배로 뛴다.

(상위 20%는 월 평균 57만원 > 97만원, 하위 20%는 월 평균 14만원 > 21만원)

이런 금전적인 부담에서 당장 얼마간의 혜택으로 출산을 결심하긴 어려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북유럽처럼 성별에 관계없이 노동과 돌봄을 함께 하는 것이 이상적인데, 여기엔 일터에서도 보육하는 노동자들을 배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수반되어야 한다.

일찍 아이들을 데려다주고 픽업하는 것에 관대해지고, 집에서 모자란 노동을 백업하는 식의 유연한 노동 환경이 필요하다.

작금의 노동 환경에서는 다른 사람의 도움을 빌리지 않고 맞벌이 가정에서 육아는 거의 불가능하다.

 

한국고용정보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5~29세 여성의 고용률은 69.6%로 오히려 남성(67.9%)보다 앞선다.

하지만 30대 후반 여성 고용률은 56.5%로 떨어진다.

간단하게만 보면 힘들게 들어간 직장을 육아와 출산때문에 경력 단절을 하게 되는 것이다.

이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어내지 않으면 저출산 문제는 영영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책의 전체적인 평을 하면, 인구학이 학문적으로는 어떻게 관련 분석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책에서 제시한 미래 시나리오들은 근거가 부족하다고 느꼈다.

확실히 인구 변화는 불확실한 미래에서 예측 가능한 유일한 상수다.

하지만 나타날 변화들은 무궁무진한 변수들의 영향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앞으로 수험생이 줄어 대학 입학 경쟁률이 크게 낮아질 때, 과연 대한민국의 사교육 열풍은 막을 내릴 것인가?

개인적으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생각한다.

좋은 학벌이 더 많은 기회를 주는 현재 사회 구조가 그렇게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간단하게는 대학마다 학과 통합 등을 통해 새로운 학사 과정을 만들어낼 것이고, 상위권 대학에의 열망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 우리 시대의 교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는 경쟁이 완화될 것이니 사교육을 줄여도 되나"보다 "앞으로 더 경쟁력있는 인재를 만들기 위한 교육의 변화는 무엇인가"가 더 시대적 요구에 맞는 물음일 것 같다.

 

책 표지와 부제를 다시 살펴보자.

'인구학이 말하는 10년 후 한국 그리고 생존전략'이다.

이제 인구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앞서 가는 시장과 경쟁자를 닭쫓던 개마냥 바라만 보는 차원이 아니라 아예 생존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

 

그렇지만 모두 알다시피 늘 해법은 존재한다.

시장이 아무리 작아져도 그 사이에서 수요는 생겨나고, 어떤 이에겐 위기가 아니라 기회로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당장의 고객에게 귀기울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끔은 긴 호흡으로 고객의 변화를 살펴보자.